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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hapter 1 - 제1화. 빛 속의 그늘

비명이 들렸다.

그것은 외부에서가 아니라, 그의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무성한 비명이었다.

무대는 끝났다.

수많은 조명이 꺼지고, 팬들의 함성은 희미해졌으며,

이제 남은 것은 낯선 고요함뿐이었다.

"수고하셨습니다!"

누군가 옆에서 외쳤지만, 주원은 그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.

피곤한 얼굴을 감추려는 듯 캡을 깊게 눌러쓰고, 조용히 대기실 문을 열었다.

대기실 안, 에어컨 바람이 차갑게 살결을 훑었다.

거울 앞에 선 그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.

마스카라가 지워진 눈, 건조한 입술, 지친 표정.

완벽한 '아이돌'의 그림자는, 조명이 꺼지자마자 사라졌다.

"오늘도 못 잘 것 같다."

잠을 자지 못한 지, 벌써 나흘째였다.

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.

무대는 성공적이었고, 팬들도 사랑해줬고, 회사도 만족하고 있었다.

하지만 어째서인지, 밤만 되면 심장이 옥죄어왔다.

그때였다.

"이주원 씨."

낯선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.

고개를 돌리자, 그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.

깔끔한 셔츠, 정돈된 머리, 묘하게 무표정한 얼굴.

하지만 이상하리만큼, 눈빛은 깊었다.

"저는 오늘부터 이주원 씨 전담 매니저를 맡게 된 서이현입니다."

주원은 그를 가만히 쳐다봤다.

단정한 외형, 차가운 첫인상, 그리고… 뭔가를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.

"...처음 뵙겠습니다."

형식적인 인사를 건넸지만, 안쪽 어딘가가 묘하게 불편하게 끓었다.

---

"스케줄 끝났으면, 바로 숙소로 모실게요."

이현은 딱딱했지만 효율적이었다.

차 안에서는 라디오도 틀지 않았고,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다.

하지만 주원은 그런 이현이 오히려 신경 쓰였다.

'이상하네… 난 보통 이런 스타일엔 관심 없었는데.'

창밖의 불빛이 흐르고, 차는 조용히 고속도로를 달렸다.

주원은 무심코 이현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, 문득 깨달았다.

그 눈빛—자기를 '아이돌'로 대하지 않는 그 무심함—그것이 낯설고도 자극적이었다.

---

🛏 숙소, 새벽 2시

"도착했습니다."

이현은 짧게 말하고 조용히 문을 열어줬다.

주원은 슬리퍼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.

말없이 소파에 털썩 앉아, 머리를 감싸쥐었다.

그리고, 이현이 뒤따라 들어와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.

"이런 것까지 굳이 안 해도 돼요."

"계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."

"웃기지도 않네."

짧은 신경질.

하지만 이현은 미동도 없이 고개를 들었다.

"…오늘 컨디션 안 좋으셨던 것 같네요."

"그쪽이 뭘 안다고."

주원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.

그리고, 침묵.

차가운 정적이 흐르고, 둘 사이엔 묘한 공기가 피어올랐다.

이현은 천천히 주원에게 걸어와, 눈높이를 맞췄다.

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.

"그냥… 괜찮지 않아 보여서요."

그 말 한마디.

주원의 가슴 어딘가가 내려앉았다.

그 누구도 그걸 물어보지 않았다.

그 순간, 갑작스레 눈가가 따끔해졌다.

그래, 이런 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.

울고 싶어도, 울 수 없는 위치였다.

하지만 지금 이 사람 앞에서는…

이상하게도, 무너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.

---

💧 조용한 밤, 미묘한 거리

이현은 주원을 바라보다가, 조용히 작은 수건을 꺼내 그의 이마에 댔다.

식은땀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다.

그 손길은 조심스럽고 조용했다.

하지만 그 안에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.

주원은 그 손에 깜짝 놀라 물러서려 했지만,

이현은 그대로 눈을 마주친 채, 천천히 손을 떼었다.

"…죄송합니다. 너무 가까웠죠."

"...괜찮아요."

잠시, 정적.

그리고 둘 사이의 공기에는 알 수 없는 열기가 섞였다.

---

주원은 그를 바라봤다.

그 눈, 그 숨결,

그리고 단 몇 초 전, 닿았던 그 손길의 감촉.

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.

아직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,

이 감정은… 처음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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